오늘의 오려 붙임
온라인 전기자동차 개념도 – 뉴시스, 2009년 3월 2일

도로 밑에 전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묻고, 이를 이용해 차량에 전원을 공급하겠다는 아이디어. KAIST 쪽에서는 ‘온라인 전기자동차’라는 이름을 붙인 모양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자동차’보다는 ‘전철’ 쪽에 가까운 아이디어다. 왜? 전자기장 발생 장치를 설치한 도로 위에서만 달릴 수 있는 차량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량이 현재 사용되는 ‘자동차’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전국의 모든 주요 도로 밑에 전자기장 발생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이 비용은 대체 누가 부담해야 할까? 나 같은 평범한 공돌이는 비용 문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인데, 그 과제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원은 이를 부수적인 문제 취급하고 있는 듯 하다. 역시 규모가 큰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대범해질 필요가 있다.

http://scieng.net/zero/view.php?id=sisatoron&no=6850

보다 기술적인 문제로는, 차량 바닥이 노면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면 안 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비접촉식 전원공급장치의 전력 변환 효율은 비접촉 구간의 길이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2MB 각하께서 참석하신 시승회 때 KAIST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했던 모양이다.

KAIST, ‘MB 오신날’ 과속방지턱 없앤 사연 – 경향신문, 2009년 3월 6일

대범하기로는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2MB 각하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셨을 리는 없을 듯 하다. 결국 이 아이디어는 국책 R&D 사업으로 선정되어 25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받게 된다.

추경 바탕 3천억 규모 국책 R&D 추진 – 연합뉴스, 2009년 3월 24일
지자체 ‘친환경 대중교통’ 추진속도 높인다 – 한겨레, 2009년 5월 6일

물론 대다수의 평범한, 혹은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계획을 입안하거나 승인한 사람들만큼 비범하지 못하다. 여기저기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관련 분야 교수님 두 분 모두가 반대 의사를 표명하셨다.

과학기술 추경사업 혈세 낭비 될라 – 매일경제, 2009년 4월 20일
KAIST ‘온라인 전기車’ 개발 실효성 논란 – 동아일보, 2009년 5월 29일
온라인 전기차•모바일 항구 사업 타당성 논란 – 국민일보, 2009년 6월 22일

‘신 산업혁명을 일으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표명하신 계획 입안자 측 총 책임자께서는 이러한 비판들을 ‘진취적인 도전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 취급하고 계시는 듯 하다. 그러고 보니 2MB 각하께서도 후보 시절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었더랬지.

내 꿈은 세계의 '신(新)산업혁명'이다 – 조선일보, 2009년 6월 1일
KAIST 총장 "무조건 비판만 하지말고..." – 연합뉴스, 2009년 6월 2일

여기에 민족 감정이 끼어들면 이런 글이 나오기도 한다.

전기자동차에도 ‘한국형’이 있다 – 동아일보, 2009년 4월 20일



KAIST 측 인물들의 발언, 특히 ‘후속 연구 성과로 평가 받겠다’는 한 연구원의 발언을 보면 몇 년 전 황우석 사태의 재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부디 그 사태가 재연되지 않기만을 바래 본다. 진심으로.

그럼 이만.

Jun. 23/ 2009
by styx | 2009/06/24 01:15 | 강 너머를 바라보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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