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잡담
오래간만에 이글루 취지(?)에 맞는 포스팅.

페르소나 3, 4, 슈퍼로봇대전 OGs, Z, 그리고 영웅전설 6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주의하시기를.

1. 페르소나 3 FES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던 (그마저도 전작들보다는 나았다던) 진여신전생3 녹턴에 심하게 데였던 기억 때문에 잔뜩 긴장한 채 플레이 시작. 그러나 게임 자체는 의외로(?) 쉬운 편이었다. 사신 한 번 잡아보겠다고 레벨 노가다를 뛰는 바람에 플레이 시간은 100시간을 넘겼지만. -_-;

주인공들이 총으로 자기 머리를 쏘는 듯한 페르소나 소환 장면이라던가, 적막한 거리에 관이 즐비하게 늘어선 쉐도우 타임의 풍경 등 도입부부터 넘쳐나는 강렬한 이미지들이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 그런 것 치고는 줄거리가 너무 뻔하다는 것이 감점 요인이기는 한데, 그래도 엔딩에서의 연출은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줘도 괜찮을 것 같다.

게임 시스템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페르소나 합체 시스템. 녹턴에서는 스킬 계승이 마음대로 안 되는 악마 합체 시스템 때문에 애먹었었는데 (그래서 가뜩이나 사악하게 디자인 된 게임을 더 힘들게 플레이 했던 것 같다) 페르소나 시리즈에서는 버튼 노가다를 좀 해주면 원하는 스킬을 계승시킬 수 있게 되어 있다. 기왕 그렇게 만든 거, 아예 계승할 스킬을 고를 수 있게 해줬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게임 플레이 시 가장 오래 쓴 페르소나는 토르. ‘심층 모나드’ 던전을 연 다음에는 메사이어까지 만들어 봤다. 마나 소비량이 엄청난 괴물이라, 힘들게 만든 것 치고는 별로 쓸 일이 없었다는 게 문제지만. (쿨럭)

FES판에는 후일담이 포함되어 있긴 한데, 몇 시간 플레이 해보다 접었다. 게임 난이도가 올라간 건 둘째치고, 본편 후반부에서 상급 페르소나들을 마구 써대다가 갑자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니 너무 답답하더라. 여운을 적절히 남긴 본편 엔딩에 만족한 편이라 후일담이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는 것도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은 이유가 될 듯.

2. 페르소나 4

전작의 시스템을 대부분 물려받았으나, 거기에 ‘추리’라는 요소를 첨가했다. (이 사실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이게 의외로 난이도가 있는 편이어서, 선택지를 잘못 골랐다가 뜬금 없이 배드 엔딩을 보았었다. 70시간을 넘게 플레이했는데, 앞 부분에서 일어난 일들을 어떻게 다 기억하느냐고!!! 또한 게임 극초반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의 행동을 기억하고 있어야 진엔딩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대부분은 공략 사이트를 참고해서 플레이하겠지만)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으나, 게임의 분위기는 전작보다 훨씬 가볍다. ‘노리고 만든 듯한’ 이벤트가 많아서 ‘그쪽 계열’ 사람들은 꽤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을 듯. 임팩트 있었던 페르소나 소환 장면까지 가벼운 분위기로 바뀐 건 아쉬웠으나, 상식을 깨는 경쾌한 전투 BGM이 그러한 단점을 완전히 상쇄하고 있다. 질리지 않는 전투 BGM 덕분에 끝까지 쾌적하게 전투를 즐길 수 있었을 정도.

전투의 경우, 던전에 맞는 페르소나를 조합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 (물론 표준 난이도 기준) 전작에서는 적의 약점까지 알려주었던 ‘애널라이즈’의 성능이 저하되기는 했으나, 동료들을 직접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난이도는 오히려 내려간 편. 또 새롭게 추가된 동료들의 지원 행동, 그 중에서도 ‘막아주기’ 스킬은 게임 오버 횟수를 상당히 줄여 주기도 했다. 다만 ‘심층 모나드’와 같은 던전이 없어서 가지고 놀만한 거리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약간 불만.

‘추리’를 다룬 만큼 줄거리는 전작보다 짜임새가 있지만, 전반적인 재미는 전작만 못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볼 수 있겠지.

3. 슈퍼로봇대전 OGs

R.H.B의, R.H.B에 의한, R.H.B를 위한 게임.

반쯤은 농담이지만 (쿨럭) R.H.B가 그만큼 쓸모 있는 무기인 걸 나더러 어쩌라고!!!

슈퍼로봇대전 자체가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의 역사가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이기는 한데, 오리지널 캐릭터만으로도 이 정도 분량의 게임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시리즈 자체의 역사가 쌓였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

4. 슈퍼로봇대전 Z

개심한 신 아스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건담 시드 데스티니의 후반부를 완전히 갈아 엎은 IF 시나리오는 원작의 줄거리와 대조를 이루며 더 큰 감동을 주었다. 그만큼 원작의 줄거리가 엉망진창이었던 탓도 있지만. (쿨럭)

회피형 기체를 선호하는 편인데, 공략을 보지 않고 플레이하는 바람에 1회차 때 애를 엄청 먹었다. 파일럿 효과와 소대장 효과 때문에 후반부의 적들 중에는 명중률이 높은 적이 많은 편. 그래서 1회차에는 몸빵을 해줄 만한 슈퍼로봇들에게 자금을 투자하는 게 역시 효율적일 듯.

세츠코 시나리오가 2% 정도 부족한 느낌을 주었던 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 보아하니 후속편이 나올 게 거의 확실해 보이는데 (작중에 언급된 ‘7개의 스피어’ 중 3개만 -물론 아사킴이 2개 이상의 스피어를 흡수한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출현한 상황) 그냥 PS2로 계속 내주면 안 되려나. -_-;;;

5. 영웅전설 6 천공의 궤적

약 30여 시간의 플레이를 마치고 FC 엔딩을 보면 십중팔구는 ‘타는 목마름으로’ SC 플레이를 시작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이걸 몇 년의 텀을 두고 내놨다니, 제작사는 플레이어들을 전부 말려 죽일 생각이었던 건가. (쿨럭)

FC 약 30여 시간, SC 약 80여 시간, TC 약 70여 시간, 다 합쳐서 180여 시간 정도의 플레이를 요구하는 괴물 같은 게임. 놀라운 것은 그 180시간 분량의 게임 줄거리가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져 있다는 점일 듯. 줄거리만 놓고 보면 내가 직접 해 본 일본식 RPG 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게임임에 틀림 없다. (문제는 이마저도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겠지만)

단점 1: 2000년대 초반에나 볼 수 있었을 법한 그래픽
단점 2: 성우 음성 미지원 (그나마 SC와 TC에서는 전투 음성이 지원된다)
단점 3: 예외 없는 일직선 진행의 줄거리
단점 4: 비교적 단순한 전투 (조합할 수 있는 마법 개수는 많지만 실제로 사용하게 되는 마법 개수는 매우 제한적)

일본식 RPG 장르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3, 4의 단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1, 2의 단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라면(화려한 그래픽이나 유명 성우들의 음성은 그저 장식에 불과할 뿐!), 에스텔과 요슈아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SC 엔딩을 보며 벅차 오르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게 될 듯 하다.

후속편이 곧 나올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던데, 후속편 출시 여부보다 한글화 유통사의 건재 여부가 더 신경 쓰이는 현재의 상황이 조금 안타깝다. 여차하면 이 게임 때문에 본격적인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게 될지도? (쿨럭)

그럼 이만.

Mar. 8/ 2009
by styx | 2009/03/09 02:28 | 얼어붙은 강 위에 서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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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AIN at 2009/06/17 20:18
여담이지만 Persona 4의 OST에 적혀있는 곡 해설 부분에 보면 전투음악에 대해서 "여신전생 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단조가 아니라 장조로 시작하는 전투음악"이라고 적혀 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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