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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직 과정 중에 ‘헤드 헌터’라는 사람들을 만나 보게 되었다. 내가 원해서 그 사람들을 만나게 된 건 아니었는데, 돌이켜보니 바로 그 점을 너무 마음에 둔 나머지 그 사람들에게 너무 야박하게 굴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 물론 결과만 놓고 보자면 그 사람들은 내 구직 활동에 1g의 기여도 하지 않은 꼴이 되긴 했다. 그 사람들이 주장하기를, 단순히 월급 많이 주는 직장, 근무 조건 좋은 직장이 ‘좋은 직장’은 아니라고 한다. 현실이냐 이상이냐~ 따위의 고상한 수준의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고, 돈 많이 주고 근무 조건 좋은 회사보다 일단 ‘좋은 회사’에 가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왜?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거니까.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소리를 하길래 마시던 커피를 입 밖으로 뱉어낼 뻔 했는데, 그 모습을 보더니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취급 하더라. 하기야 세상 물정 모른다는 소리는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가 이야기하는 ‘좋은 회사’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서 그가 추천한 회사에 가보기도 했는데, 그 좋은 회사라는 데가 사실은…… ‘진짜 이 바닥 물정’ 모르는 건 오히려 그 사람들 쪽이었다나 뭐라나. 그 때의 일은 한 편의 코미디 영화를 찍어도 좋을 정도로 해프닝의 연속이었는데, 뭐 조용히 기억 저편에 묻어 두기로 하자. 2. 어쨌거나 결국 취직을 하긴 했다. 바다 건너에 있는 작은 회사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잘 결심했다’며 고개를 끄덕여 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 좋은 놈’이라며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은 사람도 있었다. ‘너 하나만을 위한 선택’이라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건 당신 스펙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선택’이라며 직접적으로 다그친 사람도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이렇게까지 엇갈리는 경우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어느 정도는 그 반응들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계약서에 서명한 나 자신부터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 좋을지 갈피를 못 잡고 있으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결정된 건 결정된 거고, 마음 좀 다잡고 지금 학교에서 벌려 놓은 일이나 마무리를 잘 지어야 될 것 같다. 이건 뭐 제대로 되고 있는 일이 하나도 없으니…… 3. 그 면접 보러 미국에 가 있던 중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었다. 정확하게는 면접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뉴욕에 있는 친구 방에서 뒹굴 거리고 있을 때였다. 실감이 나지 않는 소식에 잠시 멍~ 하고 있다가, 그 친구가 잠든 사이에 한국 뉴스들을 살펴본 뒤에야 왈칵 눈물을 쏟았다. 원래는 미국에서 며칠을 더 보낼 생각이었지만, 결국 남은 일정을 줄여서 이틀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시 이틀 뒤, 연구실 후배 둘과 함께 덕수궁 앞으로 갔다. 대한문 앞에서 시작된 줄이 경향신문 사옥을 지나갔다. 꽃 한 송이 올리고 절하는 데 네 시간 반이 걸렸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서 있었다. 4.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는 내가 내 손으로 처음 뽑은 대통령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에게 처음부터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았다. 그가 처해 있었던 열악한 상황은 엄연한 현실이었고, 한 개인의 힘으로 그것을 넘어선다는 건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5년 동안,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일들이 계속되었다. 대통령 선거 직후 친구에게 반쯤 우스갯소리로 꺼냈던 ‘탄핵’ 이야기마저 현실이 되어 나타났을 때에는 허탈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지만. 그렇게 그에게 실현 가능한 것 이상의 기대가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나는 그를 찍었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모인 표들의 무게에 뻔뻔스러워지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국 내가 그를 죽인 거다. 그 후 얼마간은 그런 생각 때문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5. 어떤 분께서 2006년 ~ 2008년 한국 프로야구 리그의 전체 사구 통계를 뽑아 놓은 글을 트랙백 해주셨다. 제한된 조건으로 뽑았던 내 통계보다 훨씬 나은 결과가 나왔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통계를 내 주신 점 감사 드리지만, 뭐 그래 봐야 아무 소용 없을 거다. ‘스탯질이나 하고 있다’는 비아냥을 듣는 게 전부겠지 아마. 이 블로그에서는 더 이상 야구 이야기를 안 하기로 했으니 여기에서 끊는다. 그럼 이만. Jun. 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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